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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열풍, 굵직한 북한 장성택처형 뉴스 등 덮어:엔티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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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열풍, 굵직한 북한 장성택처형 뉴스 등 덮어

지역.계층.세대를 뛰어넘는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

고은영 | 기사입력 2013/12/17 [02:31]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 굵직한 북한 장성택처형 뉴스 등 덮어

지역.계층.세대를 뛰어넘는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

고은영 | 입력 : 2013/12/17 [02:31]

이쯤되면 '신드롬'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지난 10일, 고려대 학내 게시판에 붙여진 '안녕들 하십니까'란 제목의 대자보가 일주일만에 대한민국 곳곳을 열풍으로 휩쓸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부터 이어진 북한 장성택의 실각 및 처형 소식으로 뒤숭숭하던 사회가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의 열기에 말 그대로 묻혀버리고 있다.

지상파를 비롯한 종편 뉴스에서는 지난 2주일동안 장성택의 처형과 그에 따른 정부의 안보 정책.북한의 권력변화 예상 등이 난무하는 상황에 많은 국민들이 식상할 즈음 불기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은 지역과 세대.계층을 뛰어넘어 2013년 '핫이슈'로 떠오르기에 충분해 보인다.

대학가에서 불기 시작한 대자보 열풍은 고등학교는 물론 평범한 직장인.주부.노인층에도 정치.사회적 문제의식을 던지면서 자발적인 대자보쓰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계정에는 현재까지 24만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에서 시작된 대자보는 서울대.연세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성공회대.인천대 등 서울 수도권 대학가를 휩쓸고
대전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도 10여명이 대자보를 붙였다. 또한, 부산을 비롯 전국 대학에서 앞다투어 대자보를 붙이는가 하면 고등학교와 길거리에서도 대자보가 붙여지고 있다.

카이스트에 붙여진 물리학과 2010학번 이윤석 씨의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대자보를 보면 "(국정원 정치개입, 학내 청소노동자 처우 등의) 문제에 대한 비판과 관심은 잠시였다. 비정상적인 권력의 횡포에 안녕하지 못하다"며 "전국 곳곳의 안녕하지 못한 분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하고 싶다. 우리 자랑스러운 학우 여러분도 함께하자"며 동참 의지를 밝히고 있다. 서울 성공회대와 인천대 등에도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나붙고 있다.

16일, 전북 군산여고 채자은(16)양은 "국가정보원이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선거에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도 안녕했다. 왜냐하면 나는 고등학생이니까. 하지만 3.1운동도,
광주학생운동도 모두 학생이 주체가 되었다. 우리도 일어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적은 대자보를 학교 외벽에 붙였고, 경기도 성남시 효성고 정현석(18)군은 "학생들이 요구하지 않으니, 정작 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나오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매년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아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저는 안녕하지 못하다"라고 대자보에 썼다.

자신을 '82학번, 너희들의 엄마'라고만 밝힌 한 시민은 '안녕들 하십니까' 현상이 시작된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너희들을 키우면서 부끄럽게도 성적과 돈에 굴종하는 법을 가르쳤구나. 미안하다. 이제 너의 목소리에 박수를 보낸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여 대자보 열풍은 이미 세대와 계층, 지역을 넘어서고 있다.

대자보 열풍은 씁쓸한 모습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광주 북구의 한 전봇대에 '대한민국 평범한 고2 학생' 명의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는데, "철도 민영화로 인한 철도파업. 그분들을 보면서 부끄럽게도 저는 안녕했습니다. 그리고 곧 의료보험 민영화.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데 몇십만원씩 내야 합니다. 이때도 안녕할 수 있을까요?"라고 적혀 있었다.

소문을 듣고 각 언론사 기자들이 모여들어 사진 촬영을 하자 광주 북부경찰서 일곡지구대 소속 경찰관 3명도 현장을 찾아 글을 살폈다고 한다. 이때 한 경찰관이 A4용지 크기인 자보를 뗐고 이를 목격한 한 중년 남성이 "시민들 보라고 둔 것인데 왜 떼느냐"고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황한 경찰관이 "전봇대에 붙은 대자보는 불법 전단"이라며 투명 테이프가 부착된 종이를 뗐으나 "상업 광고도 아닌데 읽어보게 놔둬야 하지 않느냐"는 시민들의 항의와 주위의 만류에 종이를 다시 제자리에 붙였다.

해당 경찰관과 동행한 다른 경찰관은 "우리도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해서 그렇다. 사진을 찍어놨으니 일단 다른 조치는 하지 않겠다"며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평론가들은 이런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현상과 관련, '정치의 실종'. '정부의 불소통', '대통령의 독단', '온라인 공간에 대한 불신' 등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고은영 기자/koey5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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