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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에서 24절기를 만나다! '잊지 않아야 봄이다':엔티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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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에서 24절기를 만나다! '잊지 않아야 봄이다'

봄 농사 준비하는 ‘청명’, 남동쪽 ‘삼척쌀논습지’ 보리싹 파릇파릇해 봄기운 물씬

문화부 | 기사입력 2018/03/31 [09:49]

남이섬에서 24절기를 만나다! '잊지 않아야 봄이다'

봄 농사 준비하는 ‘청명’, 남동쪽 ‘삼척쌀논습지’ 보리싹 파릇파릇해 봄기운 물씬

문화부 | 입력 : 2018/03/31 [09:49]

우리는 해마다 봄이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성장을 멈춘 겨울나무에서 새순이 돋고 꽃이 피는 일은 매번 부활처럼 다가온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일들이 사실은 하루하루 기적이었다. <김선미 '나무, 섬으로 가다' 나미북스(2018), 106쪽>


북한강 상류 골짜기에 숨은 듯 떠 있는 남이섬엔 온통 봄기운이 가득하다. 입춘(立春)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청명(淸明)이다. 청명은 입춘에 돋아나기 시작한 봄나물이 쇠고 진달래꽃이 피기 시작하는 시기다. 한낮엔 여름 같다가 새벽엔 서리가 내리니 이 흐름에 맞추지 않으면 몸에 이상이 오기 쉽고, 때 이르게 나온 싹들은 꼬부라진다. 찬 기운이 마지막 힘을 뻗치기 때문이다.

청명이 드는 날이 식목일과 겹치듯, 이때는 온갖 초목이 새로 자라기 시작하는 봄의 중심이다. 천지간에 양기가 왕성해지는 때라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다. 기특하게도 스스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초목들도 있지만, 남이섬 남동쪽 강변가에는 직원들의 손끝정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논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삼척시와 함께 1500㎡의 ‘삼척쌀논습지’를 조성해 농작물을 기르고 있다. 농작물은 직원들의 점심식사로, 일부는 관광상품으로 판매한다. 또 벼와 보리가 자라는 동안은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로, 다 자란 벼와 보리는 포토스팟으로 인기가 높아 그 용도가 다양하다. 이밖에도 남이섬에는 다양한 식물들, 특히 3만 그루에 달하는 나무들과 수백여종에 달하는 꽃들이 자생하는 곳이다. 어디를 가도 남이섬의 봄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삼척논습지 너머로 보이는 건물은 섬 남단에 위치한 호텔정관루다. 정관루 뒤뜰에는 ‘유영지(柳影池)’라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이곳에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처녀의 뒷모습을 닮은 버드나무가 있다. 비교적 한적한 이 주변을 걷다 보면 섬 밖에 있는, 마음이 온통 상처뿐인 사람을 곁에 부르고 싶어진다. 노르스름한 버들개지가 바람에 살랑거리면서 누구든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것 같다.

바람에 춤을 추는 버드나무를 그냥 함께 바라보고만 있어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연못가에 쓰러져 누운 채 통나무 다리가 된 죽은 버드나무에서도 새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뿌리가 뽑혀 쓰러진 나무에도 봄이 오면 새순이 돋아나는 질긴 생명력을 아무 말 없이 그저 보여주고만 싶다. 모든 상처에는 어떻게든 새살이 다시 돋아난다고.


나무와 교감하고, 혼자만의 사색에 젖어 들 때면 커피 한잔이 생각나기도 할 것이다. 남이섬에는 곳곳에 카페가 자리하고 있지만, 이곳 ‘호텔정관루 커피숍아일래나’는 조금 더 특별하다. 유영지를 바라보며 앉은 테이블 위로 나무 사이 부서지는 햇살이 커피의 향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평화를 가져다준다. 성급하지 않게 천천히 따뜻해지는 날씨를 보니 곧 꽃망울이 터지고, 바람이 잦아들 것이다. 꽃은 기억하는 사람에게만 꽃이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한 번이라도 나를 바라보는 꽃에게 눈길을 준다면 좀 더 특별한 봄으로 기억될 것이다. 짧지만 강렬한 첫키스 같은 봄. 발밑에 납작 엎드린 풀꽃이 밟히는 줄 모르는 어른들에게 길섶의 노란 꽃들이 손을 흔든다. 잊지 말라고. 잊지 않아야 진짜 봄이 온다고.


<위 보도자료 내용은 김선미 작가의 '나무, 섬으로 가다'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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