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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노회찬 원내대표, 유서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
'촌철살인'으로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 풀어줬던 진보 진영의 큰 별이 지다!

23일 오후, 정의당은 타계한 노회찬 원내 대표의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이날 최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유서에서 노 원내대표는 "2016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 원을 받았다""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누굴 원망하랴. 참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어렵게 여기까지 온 당의 앞길에 큰 누를 끼쳤다.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 얼굴을 들 수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노 원내대표는 "잘못이 크고 책임이 무겁다.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서 말미에서는 "국민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 드린다"며 정의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정치권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비유와 촌철살인으로 국민들에게 사이다 발언의 시초로 꼽히던 노 원내대표는 누가 뭐라해도 한국 진보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판스타였다.

딱딱할 것이란 진보 진영의 인사가 아닌 재치 있으면서 논리적이며 그러면서도 대중 친화적인 언변은 소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고, 원내 진출까지 이뤄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노 원내대표는 맛깔나는 진보 담론으로 각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예고만 나와도 시청율을 높이기도 했고 정의당이 처음으로 지지율 두 자리 수를 기록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노 원내대표는 고등학생이던 1973, 당시 유신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면서부터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고려대학교 재학중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 사건으로 1989년 구속된 노 원내대표는 만기 출소 후 대선에서 백기완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했으며,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민주노동당 부대표를 거쳤다.

200417대 총선 당시, 한 방송사 토론에 참여한 노 원내대표는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 판이 새까맣게 됐으니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라는 아직까지 회자되는 발언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7대 총선을 통해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고서 이듬해 8월 옛 국가정보원 불법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2012,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곧이어 대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 자격정지 1년 확정판결을 받고 국회의원직을 상실하는 고난을 겪었다.

노 원내대표는 20대 총선에서 경남 창원성산을 지역구로 내려가 악전고투 끝에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정의당 1~3기 원내대표를 내리 지내며 창당 초반 1%에 머물렀던 지지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을 넘어서는 지지율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지난 4, 민주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를 위한 의원모임을 출범시켜 첫 등록 대표를 맡아 원내에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다.

최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하나로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장하고, 교섭단체 대표로서 받은 특활비를 일괄 반납하기로 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진보의 상징인 노 원내대표는 드루킹김동원 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가 특검 수사 중 불거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야 원내대표들과 미국 방문 도중 어떤 불법 자금도 받지 않았다. 수사에 당당히 임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던 노 원내대표는 이날 금전을 받았으나 청탁과 무관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 원내대표의 상주는 남동생이 맡았는데 이는 자녀가 없기 때문이다. 예전 한 인터뷰에서 자녀가 없는 이유에 대해 둘 다 늦게 결혼했고, 또 제가 7년간 수배당하다가 교도소 갔다 오니까 첫 아이를 갖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됐다. 사실 그동안 아이를 갖기 위해 한약도 먹고 용하다는 병원에 다니면서 꽤 노력을 했지만, 지금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입양도 시도했지만 당시엔 국회의원 신분도 아니었고 수입이 일정치 않아 거절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제가 감옥에 있는 동안 집사람이 제 옥바라지를 하면서 살림을 꾸렸다. 집사람이 여성의 전화에서 일을 하면서 다만 얼마라도 좋으니 생활비는 꾸준하게 벌어다 달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매달) 30만원을 약속했는데, 결국 지키지 못했다“(생활고 때문에) 옷은 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품 모아놓은 데서 주워다 입었고, TV같은 것은 아예 살 생각도 못했어요. 결국 누가 쓰다 버린 걸 가져다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억, 수십억 심지어는 몇백억까지 뇌물로 받았던 전.현직 정치인들과 비교해도 드루킹으로부터 받은 액수는 많이 않지만 노 원내대표는 자신에게 더 엄했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노 원내대표의 죽음으로 국민들은 촌철살인으로 시원하게 만들어 주고 깨끗한 정치인이고자 노력했던 한 정치인을 잃고 말았다.

<고 건 기자/koey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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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건 (koey505@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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