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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1월19일 17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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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雪), 초록이 준 마지막 숙제
초겨울에 더 빛나는 메타세쿼이아 길...바로 옆 소나타까페 ‘눈사람 호떡’은 별미

두충 잎에 뚫린 벌레 구멍으로 초겨울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멍은 두충이 벌레의 몸속으로 들어간 흔적이다. 여름내 힘겹게 일한 초록이 못 다한 숙제처럼 두충 잎사귀 위에 남았다.
<김선미 나무, 섬으로 가다나미북스(2018), 307>

조금 이지러진 아침 달이 서쪽 하늘에 걸려 있다. 어느덧 밤사이 땅위로 서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서리는 탁 트인 잔디밭이나 풀밭에서만 보였다. 숲속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모양이다. 추운 날씨에도 마지막까지 버티던 초록의 풀들은 냉해로 숨이 죽었다.


뒤늦게 단풍놀이를 온 관광객들은 땅에 떨어져 부서져버린 낙엽을 보고 풀이 죽어있었다. 그렇게 터벅터벅 섬 안으로 들어와 마주치는 주황빛 메타세쿼이아를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남이섬의 11월은 낙엽송과 낙우송 그리고 메타세쿼이아가 주인공이다. 섬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단풍을 볼 수 있는 키다리 삼총사가 가장 빛나는 달이다.

이 와중에 아예 초록 이파리 그대로 낙엽이 지는 나무도 보였다. 남이섬 중앙에 위치한 유니세프홀 건너편 피토원과 섬향기라는 식당사이 키가 큰 나무 발치에 초록낙엽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마치 이 나무에게만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주위 큰 나무들은 일찌감치 잎을 버렸는데 혼자 여전히 초록 잎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초록 이파리들은 하나같이 벌레 먹은 자국이 선명했다. 초겨울까지 부드러운 잎을 남겨둔 나무가 없으니 배고픈 벌레들에게 마지막 성찬이라도 베풀어주려는 걸까. 잎은 기다란 타원형으로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고 끝이 갑자기 뾰족해지는 모양새였다. 잎 뒷면에는 우툴두툴한 잎맥을 따라 털이 나 있었다. 잎 모양만으로 도무지 나무 이름을 알아낼 자신이 없었다.

마침 근처에서 나무를 옮겨 심던 직원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두충이라고 했다. 옛날 중국에 두씨 성의 이라는 사람이 이 나무로 지은 약을 먹고 득도했다 해서 그렇게 불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충의 껍질과 잎은 간과 신장 기능을 증진시키고 고혈압, 관절염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인다고 한다. 잎을 찢으니 씁쓰름한 향기가 났다.

숲의 동물들에게 배고픈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직원들은 기찻길 옆에 생울타리로 심은 화살나무 밑동에 일일이 붓으로 약을 바르고 있었다. 겨울 동안 토끼들이 먹을 게 모자라 나무줄기를 갉아먹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겨울 토끼들은 화살나무 껍질 대신 새로운 먹이를 찾아야 할 것이다. 새로 심은 배롱나무와 단풍나무에는 짚으로 줄기를 감싸 한파에 대비하고 있었다.

동물 뿐 아니라 남이섬을 찾은 사람들도 월동준비로 바빠 보였다. 남이섬 곳곳에는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모닥불을 피워놓았다. 심리적 온도가 5도 가량 올라간다는 모닥불은 남이섬 겨울의 상징이다. 마지막 배가 섬을 떠날 때 당직자가 불 단속을 하고 첫 배가 들어오기 전에 새로 불을 지핀다. 우연히 주황빛으로 물든 메타세쿼이아 길을 마주할 때처럼 반가운 존재다.

메타세쿼이아 길 바로 옆 소나타 까페에서는 이맘때 꼭 생각나는 눈사람 호떡을 만날 수 있다. 기름기도 적고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해, 헛헛한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덥혀준다.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3만여 그루 나무들 사이로 소복소복 쌓이는 눈이 기다려진다. 이번 겨울은 또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
위 내용은 김선미 작가의 나무, 섬으로 가다를 바탕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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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ntmnewskr@gmail.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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