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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24절기 입추(立秋), '강물은 뜨겁고 초록은 바쁘다':엔티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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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24절기 입추(立秋), '강물은 뜨겁고 초록은 바쁘다'

소나타까페 ‘눈사람 호떡 팥빙수’ 메타세쿼이아길 바라보며 먹는 짜릿한 시원함

문화부 | 기사입력 2018/08/07 [22:03]

남이섬 24절기 입추(立秋), '강물은 뜨겁고 초록은 바쁘다'

소나타까페 ‘눈사람 호떡 팥빙수’ 메타세쿼이아길 바라보며 먹는 짜릿한 시원함

문화부 | 입력 : 2018/08/07 [22:03]


물을 끌어올리는 증산작용도 햇빛이 강하고 기온이 높을수록 활발하게 일어난다. 결국 뜨거운 여름날 나무가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덕분에 그나마 우리가 살 수 있는 모양이다. <김선미 '나무, 섬으로 가다' 나미북스(2018), 197쪽>


남이섬은 365일 연중무휴로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이지만,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에는 걱정이 앞선다. 폭우로 인해 댐 수문을 개방하는 날에는 배 운항이 중지되기 때문이다. 수문을 열면 남이섬 일대에 소용돌이가 일어 배가 뜨지 못한다. 5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지만 남이섬은 장마철이 다가오면 긴장감을 유지한다.

만일 밤에 큰비라도 내리면 소심한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가평나루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던 섬이 새삼 멀게 느껴졌다. 섬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했다. 남이섬이 비로소 진짜 섬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섬의 정체성은 고립과 단절이다.


숲에서 흔히 만날 수 있던 청설모는 더위를 치해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움직이는 것은 사람뿐이다. 뜨거운 길 위로 소방차가 연신 물을 뿌리며 돌아다녔지만 길은 금세 말라버렸다. 숲에서는 예초기를 돌리는 소리만 연신 울려퍼졌다. 모든 게 멈춰버린 듯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무는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나무 한 그루를 독립적인 광합성 공장으로 보면 8월은 연중 생산성이 최고조에 달한다. 초록도 깊고 짙어졌다. 햇빛과 이산화탄소 공급만 충분하면 기온이 30~35도 정도일 때 광합성이 가장 활발하다.

날이 뜨거우니 자연스레 빙과류를 찾게 된다. 여름하면 생각나는 디저트는 뭐니뭐니해도 빙수. 남이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눈사람 호떡 팥빙수’는 연일 지속되는 가마솥 더위를 잠재워 줄 여름 디저트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촉촉한 빵과 가득 채워진 팥이 일품인 ‘남이섬 눈사람빵’과 줄서서 먹는 진풍경을 자아내는 ‘남이섬 호떡’이 고명으로 올라가 있어 남이섬 디저트를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빙수 안에 숨겨져 있는 누룽지는 고소함을 더한다. 아쉽게도 ‘눈사람 호떡 빙수’는 남이섬 메타세쿼이아길 쪽에 위치한 ‘소나타까페’에서만 맛볼 수 있다. 나무 그늘아래 앉아 빙수를 즐기며 메타세쿼이아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면 금상첨화다.


입추(立秋)라는 절기가 무색하게 요 며칠 얼마나 날이 뜨거웠는지 강물이 미지근해 보일 지경이다. 나무들은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었을까. 섬에 들어오니 숲 가장자리마다 연보랏빛 융단을 덮은 것처럼 비비추꽃이 한창이었다. 화단에는 봉선화와 채송화, 백일홍, 맨드라미 같은 여름꽃들이 강렬한 빛깔을 내뿜고 있었다. 강변에는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코스모스 꽃망울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코스모스는 밤의 길이가 길어지기를 기다렸다가 꽃이 피어나는 대표적인 단일성 식물이다. 한낮의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이미 밤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으니 조만간 가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릴 것이다. 선선한 가을공기가 저 멀리서 불어오는 듯 저녁공기가 바람을 타고 불어오고 있었다.


(보도자료 내용은 김선미 작가의 '나무, 섬으로 가다'를 바탕으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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