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 초라하게 치뤄지다
국가 지정 공식행사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기념식 열리지 못해
고은영 | 입력 : 2010/05/18 [15:07]
<국가 지정 기념행사로 지정된 이후 가장 초라한 기념식장의 모습>
30주년을 맞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이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로 두 쪽으로 갈라졌다.
1980년 5월 18일, 신군부의 비상계엄 조치에 반발해 전남대 정문 앞에서 시작된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리기 위한 기념식이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삭제로 인해 국가에서 인정한 지 처음으로 행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18일, 비가 내리는 가운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는 추모객이나 기념식을 치루기 위한 시민들 보다는 전투경찰 44개 중대 3천여명이 병력이 묘역 주변에 배치되어 소복을 입은 유족들만이 행사 전 쓸쓸히 묘지에 나서는 모양이었다.
오전 10시, 기념식 시간이 다가오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민심 탐방에 나선 여야 정치인들과 대통령을 대신한 정운찬 국무총리 등이 도착했으나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기념식을 위해 준비된 좌석에는 일부에만 비 가림 천막이 설치되었고 뒤편의 좌석들은 텅 비어 있었다.
광주 5.18 단체 대표자들이 기념식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 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만의 조촐한 기념식이 시작된 가운데, 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18 단체 회원 100여명은 묘역 입구인 '민주의 문' 아래에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정부의 방침에 항의의 뜻을 표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도청에서 전사한 윤상원 씨와 노동현장서 숨진 박기순 씨의 영혼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불려진 '임을 위한 행진곡'이 30주년을 맞은 지금 공식 행사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유족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한 것이다.
기념식장에서 헌화·분향을 마친 정 총리가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하자 유족 등 50여명은 경찰의 제지를 뚫고 식장에 난입, 노래와 구호를 외치며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여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한편, 기념식이 열리는 인근 5.18 구 묘역에서는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식순에서 배제한 것을 항의하는 5.18 기념행사 위원회가 따로 기념식을 열렸다.
정치권도 갈렸는데,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신묘역을,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구묘역을 찾았으며 민주당 내에서도 정 대표는 공식 행사에, 강운태 광주시장 후보와 지역 의원들은 구묘역 행사에 참석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묘역을 찾은 한 시민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행사에서 느닷없이 노래를 빼 광주 시민들을 아프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의 방침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고,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최 모씨(54)는 "매년 참석하는 대통령이 2년 연속 기념식에 불참하고 5.18을 나몰라라 하는 정부의 방침에 분노를 느낀다"고 대답, 5. 18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민들간의 이질감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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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시민 2010/05/18 [15:34]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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