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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유가족을 품는 것이 사는 길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적 단안'이 아닌 진실을 파헤치는 야당의 모습을 원할 것

고은영 | 기사입력 2014/08/21 [18:06]

수렁에 빠진 새정치민주연합, '세월호' 유가족을 품는 것이 사는 길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적 단안'이 아닌 진실을 파헤치는 야당의 모습을 원할 것

고은영 | 입력 : 2014/08/21 [18:06]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말은 작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을 두고 하는 말로 보인다.

21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비상대책위 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아무런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날 '세월호' 유가족들의 총회에서 새누리당과의 합의한 재협의안이 받아 들여지지 않고 당내에서도 추인을 하지 않게되자 박 원내대표의 위상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직접 재협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자 했으나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인식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가족들이 박 원내대표의 바램대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박 원내대표로써는 나름대로 위험을 감수하고 여당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두 번이나 이를 거부한 것은 심각한 것이다. 오죽하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나도 원내대표를 두 번이나 해봤지만 세상에 이런 협상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할 정도이다.


박 원내대표는 유가족 측과 나름대로 소통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유가족 측과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은 것은 서로 사인이 안 맞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박 원내대표 측에 따르면 '사고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트위터 글을 보면 '사고'로 보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난다. 문 의원은 "유가족들은 이미 수사권과 기소권을 양보했다. 대신 특검이라도 괜찮은 분이 임명될 수 있게 하자는 상식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썼다가 "수사권과 기소권의 방식에서 제도적 특검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양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가족들과 소통해오고 있었다는 의미이며 유가족들이 지나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 측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유가족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처음부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을 요구했고 이는 한 번도 변경된 적이 없다.

물론 대책위에서 "신뢰를 쌓고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과 대책위 임원들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찾아가 특검후보추천위의 여당 측 위원 2명을 야당이 추천하도록 하거나 진상조사위가 추천하도록 해달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원안에서 후퇴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일단 유가족들을 최대한 설득해 보자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합의안을 파기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모습인데, 20일 박지원 의원이 트위터에 "오늘 밤 세월호 가족 총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되었다면 우리당도 인준 부결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쓴 것에서 일단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합의안의 파기는
정국이 정지된다는 것을 뜻한다. 합의 파기는 단기적으로는 새누리당보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받아야 할 타격이 크다. 당장 비상대책위가 해산되고 조기 전당대회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심각한 당내 내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국 파행이 장기간 될수록 새누리당도 여당으로써 협상력과 정치력 부재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모두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고 청와대의 책임까지로 번져갈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는 현재 '재재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하는 새누리당의 완고한 모습과 그 내면에는 청와대의 의중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 시나리오는 당장 8월 임시국회의 공전과 국정감사를 진행해야 할 정기국회도 정지될 것이며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투쟁으로 나서게 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저런 상황을 예상해 보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나 비대위 입장에선 머리가 아플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유가족들을 외면할 수도 없고, 새누리당과 전면전을 벌이자니 그것도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6.4지방선거와 7.30 재보선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열어준 유리한 고지를 새정치민주연합이 애써(?) 망쳤다는 지적에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유구무언'일 수 밖에 없고, 현재 꼬여있는 상황 자체도 유가족과 위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덜컥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했던 것이 '자승자박'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위기'란 단어를 다시 들이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향후 '세월호' 정국을 어떻게 넘는지가 궁금할 따름인데, 유가족들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른바 '정치적 단안'으로 새누리당과의 동행을 택하는 우를 범한다면 그나마 '위기'속에 처해 있던 당이 아예 사라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실망하는 여론이 높기는 하지만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이 있어야 한다는 잠재된 여론 또한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보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은영 기자/koey5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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