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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 결국 '민주화 요구'에 백기 투항

'현대판 파라오'의 몰락, 아랍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파급효과 몰고 올 듯

고은영 | 기사입력 2011/02/12 [03:50]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 결국 '민주화 요구'에 백기 투항

'현대판 파라오'의 몰락, 아랍권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파급효과 몰고 올 듯

고은영 | 입력 : 2011/02/12 [03:50]
<카이로 광장에서 감격을 나누는 이집트 국민들/사진: 알 자지라 방송 캡처>

마침내 18일간 이어졌던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30년간 휘둘렀던 '현대판 파라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12일(한국시각), 무바라크 대통령은 권력을 군에게 넘기고 대통령직에서 하야했음을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이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TV에 나와 9월까지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국민들의 분노를 샀던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제적인 압력과 국민들의 하야 요구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현재 외신에 따르면 무바라크 대통령은 하야 발표를 부통령인 술레이만에게 맡기고 이날 오후, 헬리콥터 편으로 카이로의 대통령궁을 떠나 시나이 반도의 홍해 휴양지인 샤름-엘 셰이크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 퇴진'을 외치며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100여만명의 시위대는 국영방송을 통해 술레이만 부통령이 무바라크의 하야 소식을 알리자 "만세 이집트, 자유 이집트"를 외치면서 서로 부둥켜 안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전날 권좌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힌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은 역사적인 '피플파워'의 현장에서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외신들은 속속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격의 환호성과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사진: 알 자지라 방송 캡처>

시민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광장을 뛰어 다니며 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부둥켜 안는 등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데, 차량 운전자들은 마치 1987년 6월 10일 한국에서 있었던 '6.10 항쟁'처럼 경적을 울리는 모습들이 아랍계 방송인 '알 자지라'를 통해 비춰지고 있다.

'알 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날 카이로 광장뿐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등 이집트 대부분 지역의 도로들도 대통령 사퇴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로 뒤덮였다고 한다.

이집트 현대사에서 최초로 국민들에 의해 물러난 무바라크 대통령은 얼마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영향을 받은 이집트 시민들의 시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국제 사회에서의 압력이 커지자 결국 자진 사퇴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1975년 암살된 안와르 사다트 정부의 부통령으로 임명되면서 권좌의 길에 올라섰던 무바라크는 1979년, 집권 국민민주당(NDP)의 부의장, 1981년 10월, 사다트가 암살되자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이후 5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30년간 대통령 자리를 지켰으며, 2002년에는 차남인 가말을 집권 국민민주당의 핵심 요직인 정책위원회 의장으로 임명, 부자간 '권력세습' 의혹까지 받아왔다.

지난해 3월, 독일에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은 그는 82세의 고령에도 왕성한 정치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올해 초,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 민주화 운동' 파고를 넘지 못하고 결국 장기 독재권력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전날 물러날 뜻이 없음을 TV를 통해 밝혔던 무바라크 대통령/ 사진: 알 자지라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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