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위기라는 인식이 일선 기자들에게 확산되고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보도를 공중파 3개 방송사 가운데 가장 소극적으로 하고 있는 KBS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보도본부장이 현장 취재진에게 노 전 대통령 추도 인터뷰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조문객의 인터뷰는 편집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것이 기자들에 의해 제기된 것.

27일, KBS 기자협회는 ‘보도본부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관련 정부비판 조문객의 인터뷰를 빼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종율 보도본부장은 기자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부인하고 있으나 KBS 기자 내부의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요즘의 KBS 기자들은 사기가 떨어질 데로 떨어졌다는 것이 중론. 공영방송이면서 봉하마을로 들어서지도 못하고, 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의 분향소 촬영을 하려고 하면 시민들에 의해 쫓겨나기 바쁘다. 또한, 정규 뉴스 시간인 9시 뉴스의 시청율도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자들은 KBS가 메인뉴스에서 ‘관급성’ 뉴스를 내보내고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추모열기와 현장의 분위기는 뒤로 빼는 뉴스 편집을 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태로 인해 KBS가 국민들로부터 점차 외면 받고 있으며, 이러다가 5공, 6공 때의 정권나팔수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기도.

이에 기자들은 이런 식으로 뉴스 보도를 계속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KBS 보도본부 게시판에는 KBS 기자협회 차원에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진행하자는 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한 기자는 “KBS 보도본부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김종률 본부장과 고대영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기자협회가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고 글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기자는 투표 돌입에 찬성하며 “보도본부장과 국장이 취임한 지 9개월이 됐으나 아직 보도국은 본부장과 국장 지도 아래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보도국 전체 분위기가 무력감에 빠져 있다. 사장 초기에는 조직을 추스리기 위해 강성 국장 체제가 옳을 수 있지만, 과거의 리더십은 이제 지났다. 합리적인 국장이 나왔으면 한다”고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번 기자들의 반발은 무엇보다 KBS 기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국민들의 KBS에 대한 반감을 직접 체험하고 있으며, 이러한 것들이 KBS에 대한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KBS 기자협회(회장 민필규)는 27일 성명에서 “KBS 뉴스가 뭇매를 맞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면서다. 시청자들로부터 강하게 불신 받는 정도를 넘어, 현장에서는 취재 거부는 물론이고 우리 기자들이 욕설에 주먹질을 당하며 신변을 위협 받고 있다”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그 원인은 전 국민적 추도 분위기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KBS 뉴스에 있다고 우리는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