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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를 사랑한다면 가만히 놔둬라:엔티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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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를 사랑한다면 가만히 놔둬라

방송과 언론은 김연아를 ‘소치’로 보내려고 하지 말라

고은영 | 기사입력 2010/03/07 [01:45]

김연아를 사랑한다면 가만히 놔둬라

방송과 언론은 김연아를 ‘소치’로 보내려고 하지 말라

고은영 | 입력 : 2010/03/07 [01:45]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공인하는 ‘피겨퀸’ 김연아.
 
피겨 스케이팅에서 기존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무후무한 세계 신기록까지 달성한 그녀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7살 때부터 시작해 12년간 빙판에서 넘어지고 좌절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녀가 올림픽에서 당연시(?)되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세계신기록까지 세웠던 그 시간동안 과연 대한민국 국민들은 그녀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가?
 
세계 선수권대회 등의 무대를 돌며 정상에 오르기 위해 그녀가 피와 땀을 흘릴 때, 그녀를 위해 국민들은, 정치인들은, 언론인들은 과연 어떤 일을 했는가 돌이켜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창피해 질 때가 있다.
 
김연아, 그녀는 솔직히 말해 혼자 성장했다. 아니 그녀와 가족들만이 지금 피겨 스케이팅계에서 ‘여왕’이라는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이고 감히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녀의 올림픽 금메달과 세계신기록 등의 영광은 당연히 그녀와 가족들의 몫이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지금의 김연아를 만들었다는 식의 ‘수사’는 정말 낯 뜨거운 것이고, 오래 전부터 그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던 것처럼 떠들어대는 방송과 언론 또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을 가정할 때, 그녀가 과연 세계라는 커다란 ‘벽’을 뚫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TV나 언론에서 그녀를 조명했겠는가 말이다. 또한 그녀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꺾지 못했다면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그녀를 ‘입학’시켰겠냐는 물음이 지금 냉정하게 필요할 때이다.
 
각종 언론에서 그녀가 성공하기까지 그녀와 그녀의 부모와 가족이 얼마만한 고통과 노력이 있었는지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김연아는 절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김연아에 대해 무한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도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그녀와 가족들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일 때, 미안하지만 정부와 정치권, 언론, 그리고 국민들은 그녀의 곁에 있지 않았다. 연습할 곳이 없어 놀이동산의 링크가 한산할 시간에 스케이팅을 해야 했고, 부모가 집안의 재산까지 팔아가며 딸의 뒷바라지에 힘겨워 할 때도 그녀의 곁에는 오직 부모와 가족만이 함께 했을 뿐이었다.
 
김연아가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수차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냈고, 올림픽에서 더 이상 ‘아사다 아오’가 그녀의 적수가 아님을 확인했을 때, 대한민국은 뿌듯한 자부심까지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세계 언론들이 앞다투어 ‘피겨퀸’에 대해 찬사를 보낼 때, 우리나라 언론들은 그녀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황당함’을 보였다. 그리고 방송국마다 그녀의 경제적인 효과가 얼마인가에 대해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어찌됐던 김연아라는 ‘브랜드’가 대한민국에 가져온 경제적인 효과와 국가 이미지 상승을 가지고 왔다는 것에 대해 논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여기까지이다. 김연아 본인이 ‘경기가 끝나면 이기고 지고를 떠나 다 지나가려니 생각한다’고 말한 것처럼 방송, 언론은 이제 그녀를 조명은 하되 강제로 ‘무엇을 해야 한다’고 몰아서는 안된다.
 
김연아의 나이 20세이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가장 정상에 설 수 있는 나이이고 앞으로 2~3년이 그녀의 피겨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런데 4년 후 ‘소치’ 올림픽을 거론하고 있다. 물론 김연아가 다음 올림픽에 나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라도 방송을 보거나 지면을 읽어보면 ‘나가야한다’는 압력이 보여지고 읽혀진다.
 
외국의 유명 선수들 누구는 무슨 올림픽에 나갔고, 연속으로 나간 선수가 누구이니 하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다시 말해 김연아에게 다음 올림픽에도 나가라고 ‘은근한 압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김연아가 세계 정상에 서기까지 대한민국의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보고 싶은 것도 못 보고 오로지 스케이팅만 했다. 관두고 싶었던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했다.
극성스런(?) 언론이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마자 다음 올림픽 출전 운운하며 그녀에게 답을 요구했던 것은 참으로 무례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녀가 1박 2일의 일정을(사실 귀국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무슨 일이었는지 다음 날, 잠시 귀국한다고 정정했다.-왜 그랬는지 참 궁금하다) 마치고 부랴부랴 캐나다로 떠난 지금도 방송과 언론에서는 다음 올림픽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는 내용을 내보내고 있다.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연아 본인은 그 동안의 힘들었던 ‘악몽’을 다시 겪고 싶은 생각이 없을 터인데 언론들은 벌써 그녀가 ‘소치’에 출전할 것처럼 몰아 부치고 있다는 느낌을 안 가질 수 없다.
그녀가 ‘세계선수권’에 출전하기 위해 캐나다로 출국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상승세를 몰아 2연패를 이루는 일은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은 채, 계속 연습하는 길이 현명하기 때문이다.
 
또 한 번 만약, 그녀가 캐나다로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국내에 있었다면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각종 TV 프로그램의 출연 요청과 언론과의 인터뷰, 기업들의 CF요청, 그리고 정치권에서까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시간들은 틀림없이 김연아의 페이스를 엉망으로 만들어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된다.
 
그녀가 앞으로 2~3년이 될지 아니면 방송과 언론, 기업,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든 그 결심은 오로지 그녀 김연아의 것이다.
‘무언의 압박’으로 그녀를 내몰아 성적이 안 좋게 되면 그땐 또 누가 그녀의 아픈 가슴을 치유해 줄 것인가 말이다.
 
선수 생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알고, 가족이 알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언론과 모든 국민들은 그녀가 선수 생활을 지속하는 기간동안 진심으로 그녀를 성원해 주고, 그녀가 선수생활에서 벗어날 때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김연아를 진정으로 아끼고 성원해 주는 유일한 길이다. 피겨 스케이팅을 떠나 그 동안 명멸해 갔던 스타 선수들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김연아의 금메달을 보고 ‘독’을 품고 연습에만 매진하고 있는 수영선수 박태환의 경우를 보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도 김연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도움없이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그녀는 이미 성공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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